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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체계의 활성화로 인한 효과 위키백과, 무료 백과사전
염증(炎症, 영어: inflammation) 또는 염(炎)은 유해한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 중 하나로 면역세포, 혈관, 염증 매개체들이 관여하는 보호반응이다. 염증의 목적은 세포의 손상을 초기 단계에서 억제하고, 상처부분의 파괴된 조직 및 괴사된 세포를 제거하며, 동시에 조직을 재생하는 것이다.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로는 병원체, 손상된 세포, 자극물질, 위험신호 등이 있다.[2] 염증 자체는 질병이 아니며, 오히려 생명체에 필요한 방어 체계에 해당한다.[3]
염증은 선천 면역에 의해 매개되는 비특이적 반응으로, 병원체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 병원체의 종류나 이전 감염(infection) 여부에 관계없이 일어난다.[4][5] 선천 면역 뿐만 아니라 일부 국소적 적응면역 역시 염증에 관여한다.[6] 염증은 감염을 치유하거나 조직의 재생을 증진시키는 보호 기능을 가지지만, 동시에 염증의 결과로 조직의 손상이나 질병이 일어날 수 있다.[7][8] 프롤로테라피 등과 같이 의도적으로 염증 반응을 유도하여 조직의 재생을 꾀하는 방법도 있다.[9]
진단학에서 염증의 임상적 징후로 꼽는 것은 발적, 열감, 붓기, 통증, 기능저하의 다섯 가지이다.[10] 염증 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약한 경우 세포 및 조직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11] 반대로 지나친 염증은 패혈증, DIC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염증 역시 동맥경화, 퇴행성 관절염, 치주염 등 다양한 질병의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염증과 감염은 흔히 혼동되지만 서로 다른데, 감염이 미생물의 개체 내 침입과 이로 인한 반응을 일컫는 반면, 염증은 그 원인에 상관없이 선천 면역에 의해 매개되는 비특이적 반응 전체를 지칭한다.[12] 일부 기생충이 면역조절을 통하여 염증 반응을 피해가는 경우처럼 미생물의 침입이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13] 허혈 등의 저산소상태나 자가면역질환 등의 과민반응, 물리적인 손상 등은 감염 없이도 염증을 일으킨다.[14][15][16] 이러한 현상은 위험 이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17]
인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며, 이들 중 일부는 인간과 유사한 기전을 가져 임상시험에 사용되기도 한다.[18][19] 일반적으로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 식물은 서로 다른 형태의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고, 특히 무척추동물과 식물에게는 적응성 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20][21] 무척추동물의 염증반응은 인간 및 대부분의 척추동물과 다른 기전을 가지며 참여하는 세포도 다르다.[22] 무척추동물은 대부분 단순한 혈관계를 가지고 있어 척추동물처럼 혈관이 관여하는 염증반응이 일어날 수 없고, 이 때문에 염증 대신 '손상반응' 또는 '복구반응'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고 제안되었다.[23] 식물의 경우, 활성산소와 Ca2+, 살리실산, RNA 등의 작용에 의해 선천 면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염증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24][25]
염증으로 인한 질병의 경우 그 질병의 발생 부위와 진행양상 등에 따라 다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급성 염증의 경우 다음의 특징적인 5가지 국소 증상이 알려져 있다.[10] 영미권의 경우 이 다섯 가지 증상을 축약하여 "PRISH"라고 일컫는다.[26]
로마의 출판 편집자 켈수스는 1세기에 출판한 《의학에 대하여》(De Medicina)에서 기능 저하를 제외한 나머지 증상들(통증, 발적, 부종, 열감)을 염증의 4요소라 칭한 바 있다.[27] 후대의 갈레노스,[28] 시든햄,[29] 피르호[27] 등이 염증 발생 후 기능 저하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국소 증상은 염증 부위의 혈관이 이완되고, 모세혈관들의 투과성이 증가하며, 혈류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생기게 된다.[30] 발적과 열감은 혈액의 흐름이 염증 부위 쪽으로 증가되기 때문에 생기며,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여 조직에 체액이 축적되고 부종이 생긴다. 신경 말단을 자극하는 히스타민과 브래디키닌이 방출되어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모여 염증 부위의 기능 상실을 일으킬 수 있다.[31] 염증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다양한 기능 상실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기의 경우 냄새를 맡지 못하고, 급성 요로 감염의 경우 소변이 참기 어렵거나, 배뇨 통증, 잔뇨감 등이 있을 수 있다.
급성 염증이 조직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경우 전신 증상이 생긴다.[1] 대표적인 증상으로 피곤함, 열, 근육통, 기분 저하 및 우울감 등이 있다.[32][33] 패혈증이나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이 염증의 정도가 심한 경우 고열, 심박수와 호흡수 증가, 의식 저하와 함께 혈류 장애로 인해 소변이 나오지 않는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34]
만성 염증의 경우 다양한 증상을 보이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35] 특히 다른 질병과 구별하기 힘든 비특이적인 증상(피곤함, 열, 복통, 흉통 등)을 가지고, 급성 염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을 보인다.[36]
염증의 종류를 분류하는 대표적인 기준에는 염증의 지속 기간, 염증의 원인, 염증이 생긴 부위, 병리학적 양상 등이 있다.[37] 염증의 원인은 크게 물리적 요인, 화학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 등이 있으며, 생물학적 요인은 감염 또는 비감염으로 나눌 수 있다.[3][37] 또한 염증은 국소적인 염증과 전신의 염증으로 나눌 수 있다.[38] 병리학적 양상에 따라 염증을 분류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장액성, 섬유소성, 화농성 염증 등을 꼽을 수 있다.[39]
많은 경우 염증은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40][41] 조금 더 세분화해서 나누자면 급성, 아급성, 만성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시간적으로 급성 염증은 수 분에서 수 일, 아급성은 수 주(보통 2주에서 6주 사이의 염증), 만성은 수 개월에서 수 년에 걸친 반응을 의미한다.[40][42][43] 급성염증은 유해한 자극원에 의해 초기에 일어나는 반응을 말한다. 염증매개물질의 분비와 함께 혈관투과성이 증가하고 백혈구와 혈장 단백질의 이동이 증가된다.[44] 이와 반대로 만성염증은 반응이 일어난 장소에서 염증 세포(예를 들어, 단핵세포)가 점진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며, 염증 조직에서 부분적인 회복과 재손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특징을 갖는다.[45] 만성염증은 때때로 조직 손상에 이어서 일어나는 회복 반응 없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46]
종류 및 원인 | 급성염증 | 만성염증 |
---|---|---|
발병 | 즉시 | 천천히 |
기간 | 며칠 | 몇 개월 또는 1년 이상 |
원인 물질 | 미생물, 손상된 조직 | 지속적인 급성 염증 (원인: 분해·제거되지 않는 미생물, 바이러스 감염, 이물질 또는 지속적인 자가면역반응) |
관련된 세포 | 호중구(염증반응의 주 세포, 초기 반응 수행)[48] 호염구(히스타민 분비, 알레르기)[49] 호산구(기생충에 대한 방어, 알레르기) 단핵세포(단핵구, 대식세포) | 단핵세포(단핵구, 대식세포, 림프구, 형질세포) 섬유아세포 |
염증매개물질 | 혈관활성아민(혈관작용아민) 아이코사노이드 전염증성 사이토카인(IL-1β, IL-8, TNF-α, IL-6, IL-12 등)[50] | 체액성 면역 유도 사이토카인(IL-3, IL-4, IL-5, IL-7, IL-9, IL-10, IL-13, IL-14 등)[51] 세포성 면역 유도 사이토카인(IL-2, IL-12, IL-15, IFN-γ 등)[51] 생장인자 활성산소종 가수분해효소 |
결과 | 증상 완화 농양 형성 염증의 만성화 | 조직손상 섬유화 괴사 |
급성 염증반응의 경우 혈관 및 혈장 단백질, 사이토카인 등의 변화가 일어난 후, 면역세포들의 작용이 일어난다. 염증에 관여하는 화학물질들에는 대표적으로 히스타민과 프로스타글란딘, 키닌류가 있다. 히스타민은 혈관작용아민(혈관활성아민) 종류로 분류할 수 있으며,[52] 손상된 부위에 혈액과 림프액이 더 많이 오도록 작용한다. 키닌류는 근육의 수축을 완화하여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운반을 원활하게 하고 통증이 느껴지도록 한다. 대표적으로 브라디키닌이 있다. 백혈구가 세포내로 유입되면 프로스타글란딘이 합성되어 통증과 발열을 일으킨다.
급성 염증반응은 흔히 조직의 손상에 대한 1차 방어 작용으로 여겨진다.[5] 급성 염증반응이 일어나려면 일정한 자극원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염증전달물질은 조직에서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자극원이 없어지면 급성 염증반응은 멈추게 된다.[53]
급성 염증의 진행은 주로 대식세포, 수지상 세포, 조직구, 쿠퍼세포, 비만세포 등의 면역세포가 먼저 자극을 인식하면,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대기하던 면역세포가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자극을 인식하는 세포들은 표면에 병원체연관분자유형(PAMPs), 손상연관분자유형(DAMPs)를 감지하는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PAMPs는 숙주에서 유래한 물질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병원체(주로 미생물) 유래 물질이며, DAMPs는 숙주의 세포손상으로 인해 생성된 물질이다. 염증의 원인(감염, 물리적·화학적 손상 등)이 생기면 수용체를 가진 면역세포들(대식세포, 수지상 세포, 단핵구, 호중구, 상피세포 등[54])이 PAMPs, DAMPs 분자를 인식하고, NF-κB 등의 전사인자를 통한 신호전달경로가 시작되며 활성화된다.[55] 그 결과 TNF-α, IL-6, IL-1, IL-8 등의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되고, 염증 증상을 유발하는 염증전달물질들이 분비된다.[56] 혈관의 확장과 혈류의 증가는 열과 발적으로 이어진다. 투과성이 증가된 혈관을 통해 혈장단백질과 혈장이 조직으로 들어가 부종을 일으킨다. 브래디키닌과 같은 염증매개물질들은 감각신경을 자극하여 고통에 더욱 민감하게 만든다.[57] 통증이나 부종 등으로 인한 조직의 기능상실이 일어날 수 있다. 염증매개물질에 의해 호중구, 대식세포와 같은 염증세포들이 조직으로 유출된다. 호중구가 손상된 조직의 세포들에게서 생성되는 물질에 이끌려 이동하는 과정을 화학주성이라고 한다.[53]
세포 유래 염증전달물질 이외에 세포가 관여하지 않는 생화학적 경로가 염증반응에 기여한다. 몇몇 혈장단백질은 염증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이를 전파하기도 한다. 미생물에 의해 작동한 보체계, 세포의 괴사로 시작된 혈액응고반응과 섬유소용해계의 활성화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53]
국소적인 염증반응이 전신성 염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과정은 국소 조직에 갇혀있던 염증반응의 산물들과 염증매개물질이 전신으로 퍼지고, 호르몬과 혈관이 관여하면서 일어날 수 있다.[58][59] 예를 들어 알라민과 같은 염증유발물질이 순환계로 스필오버되는 경우 국소염증반응이 전신염증반응으로 진행된다.[60] 혈관을 통해 전신을 순환하는 사이토카인들이 염증의 전파에 영향을 줄 수 있다.[61] 반면 항염증 사이토카인, 예를 들어 TNF 수용체, IL-1RA, IL-10 등의 항염증매개물질은 전신 염증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62]
순환계나 림프계를 통하여 감염원(병원체 등)이 국소 조직에서 전신으로 퍼질 수 있다. 감염원이 급성염증의 작용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지 못하면 림프관을 통해 빠져나가 림프계로 들어갈 수 있다. 림프절과 림프관이 감염되면 각각 임파선염과 림프관염이 발생한다. 림프절의 면역세포들이 병원체를 제거하는데 실패한 경우 감염원은 전신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이 경우 병원체는 림프액 이동 경로를 따라 순환계로 흘러가게 된다.
전신에서 염증반응이 연속적으로 진행되어 과도한 상태가 될 경우 전신성염증반응증후군이 나타난다. 전신성염증반응증후군의 대표적 원인에는 감염, 화상, 출혈, 비감염성 염증 등이 있다.[63] 감염이 원인인 전신성염증반응증후군을 패혈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64][65](정확한 패혈증의 정의는 qSOFA 점수체계로 평가되어 결정된다[66]). 박테리아가 원인인 경우 균혈증,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일 경우 바이러스혈증 등으로 원인을 구분한다. 패혈증의 진행과 함께 전신의 혈관확장으로 인한 저혈압, 장기 기능의 부전 등을 나타내는 패혈성 쇼크가 발생할 수 있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염증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혈관이 조절되면서 혈류와 투과성이 변한다. 혈관의 확장은 세동맥에서 처음 발생한 후 모세혈관에서 뒤따라 일어난다. 염증 초기에 혈관이 잠깐 수축한 후, 이완된 상태가 지속된다.[67] 이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혈액량이 늘어나 발적과 열감이 유발된다. 세정맥에서 내피세포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혈관 내피세포들의 구조적인 수축 때문이다. 일부 혈관 내피세포들은 직접적인 손상이나 세포외배출, 백혈구 이동에 따른 손상을 받기도 하며, 이러한 기전들을 통하여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게 된다.[68][69] 다양한 염증매개물질이 이 과정에 관여한다.
병원체연관분자유형을 감지한 조직의 대식세포와 비만세포는 염증과 관련된 물질들을 분비한다. 히스타민, 세로토닌과 같은 혈관작용아민들, 프로스타글란딘 E2, 류코트리엔 B4와 같은 아라키돈산 대사물질, 일산화질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염증 부위의 혈관에 영향을 미쳐 혈관의 투과성과 굵기를 조절한다. 히스타민은 혈관(세동맥)의 확장과 모세혈관의 투과성 증가 등의 작용을 한다.[70][71] 세로토닌은 다양한 면역세포에 영향을 미치며 면역조절기능을 가지지만, 혈관을 수축 또는 이완시킬 수 있다.[72][73] 혈관마다 분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의 차이로 서로 다른 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며, 세로토닌은 모세혈관에서 혈관 이완과 투과성 증가를 일으킨다.[71][74]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면 조직으로 혈장이 누출되고, 혈액의 혈구 농도가 진해지면서 혈류 정체가 일어난다. 혈관 투과성의 변화로 세포액이 조직으로 이동하면서 부종이 형성된다. 혈장에서 유래한 조직액에 포함된 보체, 라이소자임, 항체 등의 항균물질들은 미생물에 의한 공격에 직접 대응하는데 쓰이거나, 외부 병원체를 옵소닌화시켜서 면역세포의 인식작용을 돕는다. 예를 들어 열상(찢어진 상처)의 경우, 혈장에서 유래한 혈소판, 응고인자, 플라스민, 키닌류들이 상처 부위에 혈전을 형성하고 응고반응을 일으킨다. 응고 매개물질들은 염증 부위에서 피브린을 응집시켜 그물 형태로 만들고, 식작용을 통한 염증 원인 및 조직세포의 제거와 상처의 재생을 유도한다. 조직액의 일부는 림프계로 흘러들어가 림프절에서 미생물의 침입을 알리고, 적응 면역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아래는 염증매개물질 및 사이토카인 중 혈장에서 유래한 물질들의 예시이다.[47][76]
이름 | 분류 | 역할 |
---|---|---|
브라디키닌 | 키닌계 | 혈관에 작용하여 혈관의 이완, 투과성 증가, 평활근 수축을 유도하며, 고통을 유발한다. |
C3 | 보체계 | C3은 C3 전환효소의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분해되어 C3a 와 C3b로 나뉜다. C3a는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 분비를 유도하여 혈관 확장을 일으킨다. C3b는 세포 혹은 병원체의 표면에 결합한다. 박테리아의 세포벽에 부착된 C3b는 옵소닌 작용을 하여 식작용을 도와주고, 바이러스의 경우 중화한다.[77] 또한 다른 보체 단백질과 결합해 C3 전환효소, C5 전환효소로 작용한다. |
C5a | 보체계 | C3a와 함께 비만세포의 탈과립을 유도하여 히스타민을 분비하도록 자극하고, 최종적으로 혈관 확장을 일으킨다.[78] 또한 주화인자로 작용하여 염증부위에서 주화성을 일으킨다. |
XII 응고인자 | 혈액응고계 | 평상시에는 비활성형으로 혈액에 존재하며, 콜라겐, 혈소판에 의해 활성화된다. XII 인자는 다양한 물질(음전하를 띈 특정 물질, 일부 단백질, 콜라겐, 핵산 등)이나 기저막 등에 노출될 경우 접촉경로를 통하여 활성화된다.[79] 활성화된 XII인자는 키닌계, 섬유소용해계, 혈액응고계를 활성화시켜 염증반응에 기여한다. |
막공격복합체(MAC) | 보체계 | 보체계 단백질인 C5b, C6, C7, C8, C9 분자로 구성된다. 이들은 병원체에 결합하여 파괴하는 작용을 한다. 이들이 박테리아의 세포막에 원통형의 구멍을 뚫게 되면 삼투압에 의해 세균이 분해된다. |
플라스민 | 섬유소용해계 | 피브린으로 구성된 피떡을 분해할 수 있고, 보체 단백질인 C3을 자르며, XII인자를 활성화 시킨다. |
트롬빈 | 혈액응고계 | 혈장에 포함된 피브리노겐을 분해하여 활성상태의 피브린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피브린은 물리적으로 결합하여 겔 상태의 불용성 피떡을 형성한다. 또한 트롬빈은 PAR1 수용체를 통해 세포에 결합하여 일산화질소나 케모카인 형성에 관여한다. |
면역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세포들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염증 반응에도 이러한 면역세포들이 참여하게 된다.[80][81][82]
이들에는 혈액에 존재하는 백혈구들도 포함된다. 혈류의 정체에 따라서 혈관 내의 백혈구가 혈관내피를 따라 이동할 수 있고, 투과성이 증가한 혈관을 빠져나가 조직으로 이동하게 된다. 백혈구 중 일부는 식세포로 기능하여 식작용으로 세균, 바이러스, 세포 찌꺼기 등을 섭식한다. 일부 백혈구는 다양한 효소가 포함된 과립을 분비하여 숙주조직을 정리하거나 외부 항원인 세균 등을 죽인다.[83] 다른 일부는 염증반응을 매개하고 조절하는 염증전달물질을 분비한다.
급성염증의 경우 일반적으로 과립구에 의해 조절된다. 반면, 만성염증의 경우 단핵구, 림프구 등의 단핵세포 참여가 두드러진다. 특히 염증 반응의 초기 단계에서는 항균 작용이 강한 호중구가 주로 반응하며, 이후 반응이 진행하면서 단핵구, 대식세포가 참여하게 된다.[84]
다양한 백혈구, 특히 호중구는 염증 반응의 시작과 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혈구는 일반적으로 혈액에서 손상이 된 조직으로 이동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백혈구가 혈관을 빠져나와 혈액에서 손상된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혈관외유출이라 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몇 가지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과정은 크게 화학쏠림, 구르기 및 부착, 내피세포 통과 이동의 3단계로 구성된다.[85]
염증이 일어난 조직에 도착한 백혈구(호중구)들은 병원체와 맞닥뜨리게 된다. 식작용을 할 수 있는 식세포들은 세포 표면에 유형인식수용체(PRR)를 통해 병원체연관분자유형 등의 위험신호를 인식한다.[92] 병원체연관분자유형은 병원체가 지니고 있는 특정한 분자로, 면역숙주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대표적으로 지질다당류, 펩티도글리칸, 베타글루칸 등이 있다. 유형인식수용체는 식작용을 직접적으로 매개하는 기능(세포내 이입성 PRR)과 함께 옵소닌 작용에 도움을 주고(분비성 PRR) 염증성 신호 전달을 매개할 수 있다(신호전달 PRR).[93][94] 만노스 수용체, CD14, CD36, 덱틴-1(CLEC7A) 등의 세포내 이입성 유형인식수용체가 PAMPs를 인식하여 식작용을 유도한다.[95] 병원체 등의 외래 입자들은 식세포에 의해 인식될 수 있도록 옵소닌화 되는 경우가 많다. IgG 항체와 C3b 보체 등이 옵소닌으로 작용하여 미생물 항원에 결합하여 코팅한다. 백혈구 표면의 Fcγ 수용체와 1형 보체 수용체 등이 옵소닌을 감지할 수 있다.[96]
외부 물질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세포막과 액틴 세포골격이 변화하면서 물질을 감싸게 된다.[96] 식작용으로 식세포로 들어온 외부 물질은 식포를 형성한다. 포스파티딜이노시톨 등이 관여하는 복잡한 경로를 통하여 식포의 성숙작용이 일어나고, 성숙된 식포는 리소좀과 결합하여 포식용해소체를 형성한다.[96] 소체 내의 활성산소종, 과산화물 및 염소이온 등은 소체 내의 물질을 분해한다.
아래는 염증매개물질 및 사이토카인 중 면역세포에서 유래한 물질들의 예시이다.[47][76]
이름 | 분류 | 기원 | 역할 |
---|---|---|---|
과립 | 효소 | 과립구 | 과립구의 과립에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수많은 종류의 효소가 포함되어 있다. 과립은 내용물에 따라서 특이과립과 아주르 친화성 과립으로 나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물질을 분해할 수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혈장유래 단백질효소로서 염증전달물질로 작용한다. |
히스타민 | 모노아민 | 비만세포, 호염구 | 과립에 저장되었다가 자극이 오면 히스타민이 분비된다. 소동맥의 확장과 정맥의 투과성을 증가시킨다. 다양한 장기에서 수용체에 따라서 특이적인 효과를 낸다. |
IFN-γ | 사이토카인 | T세포, NK세포 | 이전에는 대식세포 활성인자로도 불렸다. 만성 염증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바이러스성, 항암성 역할을 하며, 면역조절기능이 있다.[97] 대식세포와 NK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
IL-8 | 케모카인 | 주로 대식세포 | 호중구의 화학주성을 유도하는 물질로 작용하고, 식작용을 유도한다. |
류코트리엔 B4 | 아이코사노이드 | 백혈구, 암세포 | 백혈구의 부착과 활성과정에 참여하며, 백혈구가 혈관내피세포에 부착하거나 통과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호중구에 작용하여 화학주성을 일으킨다. 활성산소종 형성과 리소좀에 포함된 효소들의 분비에 관여한다. |
일산화질소 | 용해가스 | 대식세포, 내피세포, 일부 뉴런들 | 혈관을 이완시키고, 평활근을 이완시키며, 혈소판의 응집을 감소시킨다. 백혈구의 동원을 유도하고 고농도에서는 직접적으로 항균제로 작용한다. |
프로스타글란딘 | 아이코사노이드 | 비만세포 | 지질의 일종으로, 혈관 확장과 발열,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
TNF-α, IL-1 | 사이토카인 | 주로 대식세포 | 여러 종류의 세포에 염증반응을 유도한다. 열, 사이토카인의 생성, 내피세포의 유전자 조절, 백혈구의 주화성 유도, 백혈구의 부착, 섬유아세포의 활성 등에 관여한다. 염증의 전신적인 영향에도 관여하는데, 식욕감퇴나 심박 수의 증가 등에 영향을 미친다.
TNF-α는 염증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들을 활성화시키고,[98] 대식세포 활성에 관여하며, 내피세포에 작용하여 혈관신생과 혈관 투과성을 증가시키고, 간세포에 작용하여 CRP의 합성을 늘리며, 활막세포에 작용하여 관절 연골의 파괴를 촉진하고, 조골세포의 분화를 억제한다.[99] IL-1 가계 사이토카인에는 총 11개의 사이토카인이 속해있고, 이들의 수용체는 10가지 종류가 존재한다.[100] IL-1β는 다양한 장기에서 과분비되어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101] IL-18은 NK세포와 T세포에 작용하여 IFN-γ 합성을 유도하고, 단핵구에 작용하여 GM-CSF, TNF-α, IL-1β 발현을 유도하며, 호중구의 활성화와 사이토카인 분비 과정에 관여한다.[7] |
염증반응은 필요한 역할을 다하였을 시 반드시 중단되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고 계속 진행될 경우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다.[53] 염증반응이 적절히 중단되지 못한 경우 만성염증이 진행된다. 만성염증의 과정에서 세포사멸이 일어나 조직의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102][103] 염증의 관해 과정은 조직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음은 염증반응이 종결되는 일부 메커니즘이다.[53][104]
염증 해소 과정에서 호중구들의 세포자살과 대식세포의 극성 전환이 중요한 과정을 담당한다.[114] 염증 기간에서 회복 기간으로 넘어가면서 조직의 세포 구성이 달라진다.[115][116] 이러한 과정에서 M2 대식세포, 세포자살한 호중구, 조직의 실질세포가 내뿜는 물질들이 염증 해소와 회복을 시작하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114] 대식세포는 상황에 따라서 지질다당류, IFN-γ에 의해 주로 활성화되는 M1 대식세포와, TGF-β, IL-4, IL-10 IL-13 등에 의해 주로 활성화되는 M2 대식세포로 극화한다.[117][118] 이 두 형태는 서로 가역적으로 왔다갔다 할 수 있으며,[105] 상처 회복기의 조직에는 M2 대식세포가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114]
이전에는 급성염증과 만성염증이 다른 이유로 발생하는 별개의 현상으로 생각되었지만, 최근에는 생명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묶여 이해되고 있다.[119] 이는 염증의 정의가 과거의 고전적 정의에서 "염증성물질의 상승 또는 발견"으로 변화하게 된 것과 관계가 깊다.[120] 수 분~수 일까지 지속되는 급성염증은 체액과 혈장단백질의 삼출로 인한 부종, 호중구로 대표되는 백혈구의 동원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만성염증은 이보다 긴 기간에 걸쳐서 일어나며 림프구와 대식세포의 관여, 혈관 증식, 조직의 괴사 및 섬유화가 특징이다.[121] 만성염증이 발생하기 전 눈에 띄는 급성염증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자극에 대한 생리학적인 반응의 결과로 DAMPs가 쌓여 만성염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119][121] 염증 관해가 실패하는 경우 만성염증으로 이어져 조직의 손상과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117] 급성염증 상태에서 획득면역의 관여는 만성염증으로의 진행을 유도할 수 있다.[122]
만성염증에 관여하는 인자를 삼출성 요소와 세포성 요소의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123] 삼출성 요소들은 혈관 투과성을 조절하여 에 조직의 부종을 유도한다.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는 만성염증에서 혈관 투과성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124] 단핵구/대식세포, 호중구, 수지상세포, 섬유세포, T세포, 비만세포 등 다양한 면역관련 세포들이 만성염증에 관여한다.[123]
만성염증의 지속상태는 거의 대부분의 장기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3] 매우 다양한 형태의 질병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46][125][126]
저강도의 만성염증은 다양한 질병의 위험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저강도의 만성염증의 정의가 통일되진 않았지만, 흔히 염증의 5대 증상이 없이 염증반응이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127] 저강도의 만성염증은 임상적으로 혈액 속의 hs-CRP 농도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다.[128] 이 경우 AHA/CDC의 권고치[129]인 3mg/L를 기준으로 삼아 그보다 상승한 경우를 위험군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128][130][131] 미국인의 약 30%,[131] 한국인의 약 10% 내외[132][133]가 저강도의 만성염증을 가지고 있다.
저강도의 만성염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생기며, 생활습관, 사회적 관계 및 식습관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128][134][135] 건강하지 못한 식사, 적은 수면, 흡연 및 간접흡연, 신체활동 감소, 악력의 감소, 고지대에 거주, 미혼, 노화, 사회적 고립 등의 사회적 요인이 저강도의 만성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128] 또한 고혈압 및 전고혈압, 저산소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 비만, 허리디스크, 낮은 출생 체중,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의 의료적 상황이 저강도의 만성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128]
저강도의 만성염증은 많은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위험인자로 꼽힌다. 저강도의 만성염증이 지속되면 만성적으로 피로한 상태를 만들게 된다.[136] 저강도의 만성염증은 암, 관절염, 대사증후군, 당뇨병, 심혈관질환, 신경계질환 등의 원인 및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137][138]
제2형 당뇨병, 죽상경화증, 인슐린 저항성 등이 저강도의 만성염증과 연관되어 있지만, 이러한 경로를 조절하는 항염증제를 통해 질병을 완화하려는 시도는 부분적인 성공만을 거두었다.[139]
염증은 미생물에 의한 감염, 외상으로 인한 상처, 수술, 화상 및 동상, 전기자극, 화학물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다.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물리적 원인 | 화상, 동상, 외상, 이물질, 이온화 방사선 |
생물학적 원인 | 병원체에 의한 감염, 과민증으로 인한 면역반응, 스트레스, 손상된 세포 |
화학적 원인 | 화학자극, 독성, 알코올, 당분, 지방, 미세먼지 |
심리적 원인 | 쑥스러움, 흥분 |
염증 반응의 결과는 손상을 입은 조직의 종류와 상태, 염증을 일으킨 원인에 의하여 결정된다. 염증으로 인해서 나타날 수 있는 결과들로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53]
급성 및 만성 염증에서 특정한 병리학적 패턴이 관찰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상피세포에서 염증이 일어났을 때나, 감염에 의해 고름이 형성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145]
염증으로 인한 질환을 발견하기 위하여 임상 증상, 염증조직의 조직검사(병리소견), 혈액검사, 조직액 검사(활막액검사, 흉수검사 등), 내시경 소견, 영상의학 검사 등 다양한 진단적 특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148][149]
임상적으로 염증을 발견하기 위해서 다양한 염증 표지자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다. 혈구, 응고반응 검사, 화학 검사 등의 혈액 검사가 대표적인 예시이다.[150] 세포 표면에서 셀렉틴, 인테그린 등의 발현을 보거나, 염증매개물질과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보체, 급성기 단백질 등을 분석할 수 있다.[150]
염증 반응의 결과로 급성기 단백질의 발현이 유도된다. 급성기 단백질은 간에서 주로 생성된다.[150] 대표적인 급성기 단백질로는 CRP, 혈청 아밀로이드 A, 혈청 아밀로이드 P, 알파-1 항트립신, D-이합체, 세룰로플라스민, 합토글로빈 등이 있다.[151]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농도가 증가하는 급성기 단백질이 있는 반면, 감소하는 단백질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정상치를 넘어서는지를 검사하여 염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152] 반면 알부민, AFP, 아포지단백 A1, 아포지단백 A2 등의 혈장 단백질은 감소하게 된다.[153]
급성기 단백질은 체액성 선천면역에 도움을 주고, 응고반응을 유발하며, 조직의 손상을 막고 복구에 도움을 준다.[153] 급성 염증에서는 이러한 단백질이 이롭다고 알려져 있으나, 만성염증에서는 아밀로이드증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53] 이들은 열, 피로, 혈압 증가, 식욕 감퇴, 땀의 감소, 졸음 등의 전신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53]
대표적인 급성기 단백질인 CRP의 경우, IL-6 등이 분비되면 간에서 발현 정도가 증가하게 된다. C1q 보체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옵소닌화 반응을 촉진한다. 또한 단핵구와 마크로파지의 기능을 조절하고 IL-8 등의 사이토카인 분비를 조절할 수 있다.[154]
염증은 경우에 따라 신체 내의 백혈구 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백혈구증가증은 말초혈액의 백혈구 수가 정상 범위에 비하여 증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흔히 감염에 의해 일어나는 염증에서 미성숙한 백혈구가 혈액에 증가하면서 이러한 소견을 볼 수 있다. 백혈구의 수는 흔히 15,000–20,000개/μL까지 증가하는데, 극도로 증가된 경우에는 100,000개/μL까지 보이는 경우도 있다.[53]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은 호중구를 증가시키며, 기생충에 의한 감염이나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의 질병은 호산구의 증가가 일어난다. 반면 백혈구감소증은 바이러스 감염, 리케차 감염, 원생동물 감염, 결핵 및 암 등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 관찰된다.[53]
ESR은 EDTA 튜브에 혈액을 채취한 후 1시간 동안 수직으로 세워 두었을 때 적혈구가 침강된 길이를 뜻하며, 염증 및 감염이 있을 경우 증가할 수 있다.[155]
비정상적인 염증은 수많은 인간의 질병에 관여하고 있다. 면역계의 이상은 알레르기성 질환과 몇몇 염증성 근병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면역계의 이상이 직접적으로 동반되지 않더라도 염증은 암, 죽상경화증, 관상동맥질환의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53]
비만은 전신의 만성염증 상태를 일으킨다.[156][157][158] 인터루킨의 발견과 함께 전신성 염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염증의 특징은 전체적인 진행 과정이 국소 조직의 염증과 동일하지만, 전신의 다른 장기와 내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다르다. 저강도의 만성염증은 TNF-α, IL-6, CRP의 농도가 일반인의 2–3배 증가해 있는 상태가 특징적이다.[159] 이러한 전신염증은 인슐린 저항성과 죽상경화증의 발생에도 연관이 있다.
허리둘레와 전신의 염증반응의 정도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160] 중심성 비만, 특히 내장지방을 이루는 지방세포들은 렙틴, 레지스틴, IL-6, TNF-α와 같은 아디포카인들을 분비하고, 이들이 혈관의 염증과 죽상경화에 많은 역할들을 한다.[161] 비만한 사람은 지방조직이 더 많고, 그 결과 지방세포에서 직접 분비되는 IL-6과 같은 염증관련물질의 농도가 더 높다.[162] 정상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지방조직은 대식세포의 활성을 증가시켜 IL-6, TNF-α와 같은 염증관련물질의 생산을 늘릴 수 있다.[163][164] 지방 조직, 그 중에서도 특히 백색지방 조직의 감소는 염증 마커의 감소를 일으켰다.[165]
비만인 사람에서 염증 마커가 일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으며, IL-6, IL-8, IL-18, TNF-α, CRP, 인슐린, 혈당, 렙틴 등이 대표적이다.[158][166] CRP의 증가는 심혈관계질환의 발생 확률을 높이며, 비만인 사람은 CRP의 농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다.[167]
노화는 분자, 세포 및 조직 수준에서 축적된 손상이 이들의 기능적인 감소와 오작동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168]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노화과정은 자연스럽게 진행되지만,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손상에 염증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려는 노력 역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169] 고전적으로 노화 과정과 염증은 자유라디칼과 활성산소, 산화적 손상을 지지하는 노화가설에 의해 연결되었다.[169][170]
건강한 사람도 정상적인 노화과정을 통해 저강도의 만성염증이 시작될 수 있다.[171] 많은 경우 질병이 없는 건강한 노인들에게서도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농도가 상승해있는 것이 발견되지만,[172] 이를 반박하는 일부 증거도 있다.[173] 대사의 부산물로 생긴 단백질 퇴적물 및 세포 잔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세포 자체의 노화, 선천면역의 기능 저하 등이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174]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노화수반병을 가진 환자들에게서 만성염증은 병태생리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121]
항염증제를 이용해 노인의 염증반응을 줄일 수 있지만, 위장관이나 심혈관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171] 운동과 칼로리 섭취 제한 등의 생활습관 변화가 면역노화와 염증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175]
죽상경화증은 대표적인 염증질환으로, 이전에는 단순히 혈관벽에 지방이 쌓이는 질병으로 생각되었다.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죽상경화증의 모든 단계, 즉 콜레스테롤의 침착과 죽종의 형성, 혈관벽의 손상 및 죽상경화반의 형성, 혈전의 발생까지 모든 단계에 염증이 관여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176][177] 이러한 새로운 발견은 죽종의 형성에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설명할 수 있다. 임상 연구에서 죽상경화증과 염증의 관련성이 환자의 다른 질병 발생 및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178] CRP로 측정되는 저강도의 만성염증은 죽상경화증으로 인한 다양한 질병, 예를 들어 심혈관질환을 예측하는 주요한 인자로 쓰인다.[179]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치료들은 부가적으로 염증을 줄이는데 기여한다. 스타틴을 사용하여 혈중 지질 농도를 줄이는 경우, LDL의 감소와 관련없이 항염증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180] 죽상경화증의 염증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은 세계적으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이 질병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위험군 선별과 치료 목표 설정 등의 임상적 목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177]
염증이 있다고 해서 암이 무조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암이 발생할 확률이 어느 정도 증가할 수 있다.[181] 염증은 암의 주변을 둘러싼 미세환경을 조절하여 종양의 증식, 암세포의 생존과 전이에 기여한다.[182][183] 암과 관련된 염증은 암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촉진할 수 있다.[184] 대략 15–25%의 암에서 만성염증이 관여한다.[3][185] 암세포는 조직으로의 침윤과 다른 곳으로의 이동, 전이를 위해 셀렉틴과 다양한 케모카인들을 이용한다.[186] 종양면역학에서 주목하는 다양한 면역계의 세포들은 암의 발생을 저해한다.[187] 세포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수용체와 염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NF-κB와 같은 전사인자의 상호작용은 암세포에 대한 염증 자극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188] 이러한 경로의 차단을 통하여 암의 진행을 막음과 동시에 암과 관련 없는 조직의 부작용을 최소로 하는 치료법에 기여할 수 있다.[189][190][191]
제 1형 과민반응, 즉 알러지 반응은 면역관용이 필요한 물질들에 대해 부적절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혈관확장과 염증반응 등이 일어나는 현상이다.[7] 사전에 감작된 비만세포는 자극에 활성화되어 탈과립을 일으킨다. 이러한 작용이 일어나면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 단백분해효소, 프로테오글리칸, TNF-α 등 다양한 물질이 염증매개물질을 생성, 분비된다.[192] 이렇게 분비된 히스타민은 염증에 관여하여 혈관확장, 전염증성물질과 사이토카인 분비, 백혈구의 혈관외유출을 일으킨다.[53] 대표적인 예로, 비만세포가 알레르겐에 의해 과민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이 생길 수 있다.[192] 심각한 염증은 전신적인 반응이 오는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192] 제 2형, 제 3형 과민반응은 항체에 의한 반응과 백혈구에 의해 염증이 유도된다.[53][193]
우울증과 염증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194] 예를 들어,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의 감염원이 일으키는 염증반응이 우울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195] 이러한 기전은 우울증의 원인을 설명하는 한가지 가설인 '병원체 숙주 방어 가설'(PATHOS-D)에서도 잘 드러난다.[196]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가 증가는 뇌가 우리 몸을 질병상태로 판단하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 우울한 감정 및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197] 몸이 아프면 생길 수 있는 병적인 증상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을 때 피곤하고 무기력하며 아픈 기분이 드는 것처럼 우울증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198] 양극성장애를 겪는 환자에서 우울 삽화가 진행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하고, 삽화가 종료됨에 따라 다시 감소하게 된다.[199] 주요우울장애 환자에게 항우울제 투여와 함께 소염제나 항염증치료를 같이 진행한 경우 우울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되었고, 항우울제에 대한 치료반응 역시 더 좋게 나타났다.[200][201]
HIV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단순한 면역기능의 저하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염증과 비정상적인 면역기능 활성화가 관찰된다.[202][203] 만성염증은 HIV 감염자에게 면역기능의 이상과 면역노화를 유도하여 노인성질병과 면역결핍의 조기발생을 일으킨다.[204][205] 심지어 오랜 기간동안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을 통하여 잘 관리되고 있는 HIV 감염자의 경우에도 지속적인 저강도의 만성염증이 나타난다.[206] 많은 학자들은 HIV 감염이 면역결핍과 함께 만성염증을 일으키는데 주목하고 있다.[207][208] HIV 감염자의 만성염증은 AIDS 이외의 원인으로 HIV 감염자가 사망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209]
염증성 근병증은 면역계가 불필요하게 근육을 공격하여, 근육의 염증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이러한 염증은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의 한 특징이기도 한데, 전신경화증, 다발성근염, 피부근염, 봉입체근염 등이 대표적이다.[53][210]
백혈구는 염증의 진행과 전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백혈구의 기능 손상은 염증의 방어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며, 인체를 감염에 취약하도록 만든다.[53] 기능이 손상된 백혈구는 부착수용체에 문제가 생겨 혈관벽을 빠져나갈 수 없거나(백혈구부착결핍증), 식작용에 문제가 생기거나(세디아크-히가시 증후군), 미생물 제거기능이 손상(만성 육아종병)되는 등의 유전질환에서 발견될 수 있다. 골수를 침범하는 다양한 질환들도 혈중 백혈구의 감소나 미성숙 백혈구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열량이 높고 포화 지방산을 많이 포함한 식단은 염증성 반응의 증가와 연관된다.[211][212] 과식과 체내 지방축적은 전신의 염증반응과 대사 증후군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157][213] 염증과 식습관의 관련성은 음식에 함유된 영양소 단위에서부터 각각의 식품, 식사 패턴까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214] 복합 탄수화물, 식이섬유, 다가불포화지방산, 비타민 C, 비타민 E 등이 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214] 낮은 포화지방과 높은 식이섬유를 특징으로 하는 지중해식 식단[215][216]은 다양한 연구를 통하여 염증을 줄여주고 심혈관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보였다.[217][218][219] 지중해식 식단과 유사한 노르딕 다이어트 식사법 역시 항염증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220]
염증과 식습관 및 식사 패턴을 정량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러한 관점의 지표로는 식사염증지표와 건강식이지표(식생활평가지수) 등이 있다. 건강식이지표(HEI)는 미국 농무부에 의해 개발된 식사의 질 평가 도구로, 미국인을 위한 식사지침을 기준으로 식사 패턴을 평가한다.[221]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인에 맞추어 식생활평가지수가 개발되었다.[222] 식사염증지표는 항염증효과와 염증촉진효과를 동시에 평가하여 식단의 정량화된 염증 가능성을 추정하는 수단으로 쓰인다.[223]
규칙적인 운동이 염증 반응의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224][225] 이러한 염증의 개선은 운동의 강도와 지속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경우 운동과 염증 정도의 개선이 관련이 없다는 보고도 있다.[171] 또한 건강한 일반인과 이미 만성질환 또는 대사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군의 운동에 대한 효과가 다를 수 있다.[226] 연구 대상의 조건(나이, 성별, 기저질환), 체중 조절 여부, 운동의 정도 및 기간에 따라 상반되는 다양한 결과가 존재한다.[227]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의학적 기전에 따라 활동량의 증가와 운동이 염증 반응의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228][229][230][231]
유산소운동을 한 결과 염증을 나타내는 표지자들의 농도가 감소함을 보여준 메타분석 결과가 있다.[232] 만성 염증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동을 일회성으로 하고난 후에는 체내 염증을 나타내는 염증 수치들이 나빠졌지만, 장기간(8–12주)의 운동을 지속하는 경우 염증 수치들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하였다.[226] 가벼운 운동을 한 경우에는 염증 관련 수치가 감소하였으나,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하였을 때는 이러한 효과가 적게 나타났다. 특히 강도가 아주 높은 운동은 인체를 감염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고, 급성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233] 예를 들어, 마라톤은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분류되는 IL-6의 수치를 단기간에 상승시킬 수 있다.[234] 그러나 중등도 이상의 운동이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235] 일반인과 운동선수의 기본적인 면역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236][237]
운동을 통해서 지방세포를 줄이고, 면역세포(단핵구)를 늘릴 수 있으며, 활성산소에 대한 항산화작용과 항염증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늘릴 수 있다.[231] 또한 그렐린을 감소시키고 아디포넥틴을 증가시켜서 식욕을 조절하고, 뼈의 강도를 높여주며,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증후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231]
식사 등으로 섭취하는 열량의 감소나 꾸준한 신체활동의 증가처럼 장기적인 행동의 변화가 염증을 반영하는 마커들의 수치를 개선할 수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도 입증되었듯이, 적절한 운동은 만성염증 상태의 개선에 도움이 되며, 비활동적인 생활은 염증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지나치게 과도한 운동의 경우 염증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운동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일반인에게는 거의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염증반응과 근육 성장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38] 운동 및 근수축으로 인한 근육의 손상과 뒤따르는 국소적 염증반응은 근육의 성장에 필요하다.[239] 근수축에 반응하여 근육에 급성 염증반응이 일어나 손상을 입은 근육조직이 제거, 분해된다.[240]
신장성 운동[241]과 단축성 운동, 등척성 운동[242]을 시행한 후 근육의 염증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근육의 길이가 늘어나는 신장성 운동을 하고 난 이후 근육 조직에 염증이 주로 일어난다. 신장성 운동에 의한 운동유발성 근육 손상이 일어나고 복구되는 과정동안 염증 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신장성 운동을 마친 후 24–48시간에 거쳐 근육통이 유발된다. 이러한 근육통을 지연성 근육통이라 부르며, 근육의 근섬유와 Z선에 대한 구조적인 손상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Z선은 액틴과 마이오신 필라멘트가 붙어있는 부위로, 근섬유가 수축할 때 구조적인 지지대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근섬유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는 경우 Z선이 지지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움직이며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한다.[243] 이에 따라 평행하게 배열되어 있던 액틴과 마이오신 필라멘트의 배열이 흐트러지게 된다. 이러한 근섬유의 분열은 백혈구를 자극하여 근육통을 유발하고, 염증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혈액의 크레아틴 키나아제와 미오글로빈 농도가 상승하고,[244] 근섬유의 손상으로 인해 정상 근육과는 다른 구조가 관찰된다. 손상 후 2일이 지난 후부터 서서히 근섬유가 재생되기 시작한다.[243] 염증 반응의 결과로 생긴 물질들(히스타민, K+, 키닌류 등)은 근육의 자유신경말단을 자극한다.[245]
운동유발성 근육 손상이 일어난 후 근육 조직에 백혈구가 동원되고, 다양한 사이토카인 및 마이오카인이 분비된다.[242] IL-1β, IL-8, TNF-α, IL-6 등의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된다. 이러한 사이토카인들은 흔히 손상 후 5–7일 정도까지 분비될 수 있다.[244][240] 염증이 생긴 근육에는 위성세포에 의해 근육의 성장과 손상 복구가 일어난다. 위성세포는 운동 등으로 인해 근육이 손상되면 활성화되고, 근육이 부하에 적응을 하거나 회복을 거쳐 더 강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위성세포는 손상된 근섬유를 보수하기 위해 스스로 분열하고 다시 늘어나는 특성을 가진다.[246] 구체적으로, 위성세포는 근핵을 새로 만들고 손상된 근섬유를 보수하며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통해 근육을 재생시키고 근비대를 유도한다.[247] IL-6의 증가와 IL-6 수용체의 발현이 이 과정에 기여한다.[248] 엘리트 파워리프팅 선수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근육의 위성세포 수가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249]
근육에 대한 부하 운동 이후에는 근육의 성장과 분화를 억제하는 신호물질인 마이오스타틴이 감소하게 된다.[250] 동시에 근육세포에서 근육의 수축에 반응하여 마이오카인의 분비량이 증가한다.[251]
과도한 염증상태나 만성염증은 근육 성장에 필요한 동화작용을 방해한다. 만성염증은 노화에 따른 근육량의 감소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52][253] 만성염증 상태에서 TNF-α가 증가하면서 IGF1-Akt/PKB 신호전달경로[254]나 mTOR 신호전달경로[255]가 억제되고, 그 결과 근육의 이화작용, 즉 근육량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256] 다양한 사이토카인이 IGF1이 작용하는 것을 방해하여 동화작용 및 근육 합성을 방해할 수 있다. 패혈증과 같이 전신의 심각한 염증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류신의 근육 합성 작용과 근원섬유, 근육세포질 합성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관찰되었다.[256][257]
국소부위의 급성염증은 근육의 성장에 필요한 반면, 저강도의 만성염증은 근육의 동화작용을 방해한다. 염증의 정도에 따라서 근육의 성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염증과 근육 성장이 신호 대 잡음비 모델을 따른다는 것을 시사한다. 영양학자 브래드 필론은 이러한 이론을 제안하면서[258] 만성염증으로 인한 "잡음"을 최소로 유지하고, 국소부위의 급성염증을 적절한 상태로 조절한다면 근육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염증복합체는 선천성 면역계의 일부로, 염증반응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다단백질 올리고머이다.[259] 이들은 미생물의 감염이나 조직 손상 등의 염증유발 환경에서 발현, 조립된다.[260] 이러한 자극에 노출되어 형성된 염증조절복합체는 캐스페이즈-1의 활성화 과정에 관여한다.[261] 그 결과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β, IL-18의 분비와 가스더민 D의 분해 활성이 일어난다.[259] 또한 가스더민 D의 분해를 통해 세포막 천공을 일으키는 파이롭토시스와 같은 세포사멸 기전에도 연관되어 있다.[262] 염증복합체의 조절 기전이 비정상적일 경우, 제 1형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경화증 등과 같은 자가면역질환[263]이나, 암, 대사성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이 발병할 수 있다.[259]
항염증제는 염증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들이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가장 강력한 항염증제 중 하나로,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서 널리 사용된다.[264] 이들은 유전자 전사 과정과 세포의 신호전달경로, 예를 들어 AP-1, NF-κB의 활성을 조절하여 염증을 조절한다.[265][266] 흔히 NSAID로 불리는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는 염증유발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합성하는 COX 효소를 차단하여 항염증 작용을 한다. 이들은 COX-1, COX-2를 동시에 억제하는 비선택적 항염증제와 COX-2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COX-2 선택적 항염증제로 분류할 수 있다.[267] 특정한 면역세포나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타겟으로 하는 생물학적 제제들도 개발되고 있다.[268] 리툭시맙, 인플릭시맙 등은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269] 스타틴 역시 항염증작용을 보인다.[270]
특정한 약물이나 화학물질은 염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타민의 적절한 섭취가 염증을 조절할 수 있다.[271] 비타민 A 결핍은 염증반응을 증가시킨다.[272] 비타민 C는 항산화작용을 통하여 염증마커의 감소를 유도한다.[271][273] 마약류 중 코카인과 엑스터시 등의 약물은 NF-κB와 같이 염증과 관련된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켜 영향을 미칠 수 있다.[274][275]
면역계의 조절을 통하여 비정상적인 염증을 조절할 수 있다. 면역조절은 다양한 질병에서 치료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면역계의 활성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켜 질병을 조절할 수 있다.[276] 면역요법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질병은 암이며,[277] 이 과정에서 염증이 암의 치료에 기여할 수 있다.[278] 예를 들어 항 PD-1 단일클론항체와 같은 면역항암제들의 경우 T세포의 면역반응을 유도하여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전을 가지는데, 종양의 미세환경에서 염증반응을 증가시켜 이러한 치료를 도울 수 있다.[279] 많은 만성질환에서 염증의 조절을 통해 질병의 조절 및 치료를 시도한다.[280] 자가면역질환,[281] 천식,[282] 감염질환[283] 등의 질병에서 염증 조절을 위한 면역요법이 사용된다.
일부 건강기능식품은 면역기능을 조절하여 염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고려인삼, 홍삼, 알로에 겔, 클로렐라, 상어간유 등이 식약처의 고시형 원료로 인정받았다.[284] 나노입자를 통하여 면역조절 및 염증 완화를 유도할 수 있다.[285]
진화적으로 염증은 잘 보존되어 있는 현상이며,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 모두에서 면역체계의 일차적인 방어기전으로 보인다.[286] 다세포생물의 경우 조직의 손상과 감염에 대항하기 위한 반응이 필요하다.[287] 무척추동물에게는 식세포의 식작용과 항균펩타이드 등의 선천성 면역이 존재하며, 적응 면역의 경우 진화적으로 나중에 나타나 척추동물 중 유악류에게서만 발견된다.[288] 따라서 무척추동물의 면역반응, 염증반응은 척추동물의 염증반응과 다른 형태로 발현된다.[289]
무척추동물은 개방순환계를 가지고 있으며 모세혈관이 없다.[290] 또한 혈액과 조직액이 서로 분리되지 않아 순환계를 도는 혈액을 체액으로 통칭한다. 따라서 척추동물과 동일한 형태의 염증반응이 일어날 수 없고, 외부 병원체에 대해 선천성 면역으로 대항한다. 체액 내에 다양한 체액세포(hemocyte)가 존재하여 무척추동물이 외부 병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291] 대표적으로 세포성 면역기전으로 식작용, 결절 형성, 캡슐화를 꼽을 수 있고, 체액성 면역기전으로 항균펩타이드와 페놀옥시데이즈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292] 히드라속 등의 무척추동물에서는 손상된 조직에서 발생하는 손상연관분자유형를 인식하여 선천성 면역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293] 또한 응고반응의 형태로 면역작용을 하는 투구게와 같은 경우도 있다.[287][294]
인간에게 염증성 질환으로 알려진 질병들이 무척추동물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척추동물에게도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초파리속에 속한 파리들의 경우, JAK-STAT 신호전달경로의 과도한 활성이 세포증식을 유도하고, 양성종양이나 특정한 종류의 암을 형성한다.[295] 연체동물, 특히 조개류의 경우 체액(인간의 혈액에 대응됨)에서 비정상적인 체액세포(인간의 혈구에 대응됨)가 관찰되는, 인간의 백혈병과 대응되는 질병이 관찰되었고, p53 단백질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관찰되었다.[296] 그러나 무척추동물에게 암은 매우 희귀하게 발견되며, 이는 척추동물에 비해 무척추동물이 구조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297]
무척추동물은 때로 인간의 염증성 질환에 대한 연구 모델로 쓰이기도 한다. 예쁜꼬마선충은 감염에 대한 선천성 면역작용을 분석하기 위해 쓰인다.[298] 노화, 암, 노인성 심장질환, 혈관신생, 저산소증 등 다양한 염증 관련 인간 질병들의 실험 대상으로 초파리, 예쁜꼬마선충, 이매패류 등이 사용된다.[298]
척추동물 간에도 염증반응의 차이가 존재한다.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인간과 겹치는 염증마커들이 발견되었다.[299] 그러나 응고반응에 관여하는 응고인자가 척추동물 사이에서 조금씩 다르다.[300] 상처에 대한 조직의 복구 과정도 동물별로 조금씩 다르다.[301]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 기니피그, 토끼, 개, 고양이, 영장류 등이 인간의 염증성 질환의 모델로 사용된다.[302]
인간이 출현한 이후 염증은 인류와 함께 공존해왔다. 현대의 고고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6000년에 살았던 인간의 뼈에서 관절염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한다.[305] 기원전 2000년의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염증으로 인한 고름이 묘사되어 있을 만큼 염증의 역사는 길고 오래되었다.[306]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람들은 염증에 관한 기록을 역사에 남겼다. 염증을 뜻하는 영어의 inflammation은 "불에 타다"를 뜻하는 라틴어인 inflammare에서 기원하였다.[307] 기원전 5세기의 히포크라테스는 염증을 조직이 손상된 후 조기 치유 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하였다.[308] 1세기의 켈수스는 "염증"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고, 염증의 4요소를 묘사하였다.[309] 갈레노스는 조직의 기능 상실과 함께 사체액설을 이용하여 염증을 설명하였다.[308]
19세기 중반에 들어서 과학의 발달과 함께 감염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면서 염증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310] 다양한 학자들이 염증 반응에 대해 연구하여 각기 다른 발견을 할 수 있었다. 이 시기 생물학자들인 피르호와 콘하임, 메치니코프는 염증의 원인을 놓고 대립하였는데, 피르호는 조직세포의 과도한 대사작용 및 퇴행을, 콘하임은 혈관을, 메치니코프는 식세포 작용을 주 원인으로 주장하였다.[308][311] 셋 모두 염증이라는 현상을 단편적으로 바라본 결과 통합적인 설명을 해내지 못하게 되었다.[310]
20세기에 접어들며 면역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염증 과정이 통합적, 전체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헨리 H. 데일은 자가약리학(Autopharmacology, 自家藥理學) 개념을 제안하며 염증을 설명하려 시도하였다.[310] 1926년 칼 아쇼프에 의해 망상내피계가 제안되며 식세포 작용의 실체가 밝혀졌다. 같은 해 가스통 라몽은 디프테리아 백신을 연구하던 중 염증반응을 이용한 면역 보조제를 처음으로 개발하였다.[312] 1900년대를 전후하여 리차드 파이퍼, 아돌프 빈다우스, 헨리 H. 데일, 윌리엄 S. 틸렛, 울프 폰 오일러 등 다양한 과학자들이 염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물질들을 발견하였다.[312] 1970년대 중반 스탠리 코헨에 의해 사이토카인이란 용어가 사용된 이후 다양한 염증매개물질이 규명되었다. 분자생물학과 면역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염증의 비밀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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