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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표준 언어로 사용되는, 중부 방언을 기반으로 하여 평양 방언의 요소를 더한 한국어의 형태 위키백과, 무료 백과사전
문화어(한국 한자: 文化語)는 한국어(=조선어)의 규범화된 방언 중 하나로 동아시아 국가 중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표준어를 말한다. 《조선말대사전》(1992년)에는, 「주권을 잡은 로동계급의 당의 령토밑에 혁명의 수도를 중심지로 하고 수도의 말을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로동계급의 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라고 쓰여 있다. 2017년판에는 「평양말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 규범적인 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의 혁명적문풍을 본보기로 하고 민족어의 온갖 우수한 요소를 집대성한 훌륭한 말이다.」라고 풀이한다. 또 《조선말규범집》(1998년) 중의 《문화어발음법》 총칙에 따르면 「조선말발음법은 혁명의 수도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말을 토대로 하여 이룩된 문화어의 발음에 기준한다」라고 한다. 이와 같은 규정들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언어는 평양말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된다. 그러나 표준어 제정의 역사적 경위를 고려하면 문화어는 순수한 평양 방언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사투리를 중심으로 한 중부사투리를 바탕으로 하여 그것에 평양방언기적인 요소와 순화에 의한 어휘정리성 따위를 약간 더하면서 이룬것으로 생각된다. 곽충구와 같은 국어학자는 "‘문화어의 기준이 평양말’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평양말이 아니며 오히려 표준어와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1]
1945년 광복 이후, 38선 이북 지역에서는 민간학술단체인 조선어학회(오늘의 한글학회)가 해방전에 만든 《한글맞춤법통일안》(1933년)과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1936년)을 계속 사용했다. 조선어학회가 사정한 표준어는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정했기 때문에 그 당시 38선이북지역의 표준어도 이를 따랐다고 추정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대신하는 맞춤법으로 1954년에 《조선어철자법》을 정했는데 이 단계에서는 아직 종전의 ‘표준어’라는 개념을 사용했었다. (제6장 제목은 〈표준발음법 및 표준어와 관련된 철자법〉이다.) 그 한편으로 《조선어철자법》에서는 ‘달걀→닭알’, ‘도둑→도적’ 등 13개 표준어 단어를 수정하는 등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언어 사용의 실정에 맞게 약간의 수정을 했다. 중국의 조선족도 문화어를 바탕으로 《조선어문》이란 조선말교육을 실시해 왔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이른바 주체사상이 대두함과 동시에 언어 정책에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독자성을 호소하게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1966년 5월 14일에 김일성에 의해 《조선어의 민족적특성을 옳게 살려나갈데 대하여》가 발표되었다. 이는 러시아어, 영어, 일본어 등에서 도입된 불필요한 외래어와 어려운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꿔쓰는 국어 순화를 추진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은 것이지만 표준어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 | 《표준어》라는 말은 다른 말로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표준어》라고 하면 마치도 서울말을 표준하는 것으로 그릇되게 리해될수 있으므로 그대로 쓸 필요가 없습니다. 사회주의를 건설하고있는 우리가 혁명의 수도인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발전시킨 우리 말을 《표준어》라고 하는 것보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것이 옳습니다. 《문화어》란 말도 그리 좋은것은 못되지만 그래도 그렇게 고쳐쓰는것이 낫습니다. |
” |
— 김일성 |
이와 같이 서울말을 기초로 한 ‘표준어’와 차이를 주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문화어’라는 명칭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어는 평양말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되 그 특징을 보면 평양 방언이 그대로 도입되어 형성되었다고 보기가 어렵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조선어학회가 정한 (서울 방언을 바탕으로 한) 표준어를 기초로 하여 순화된 말을 도입하거나 약간의 평양 방언적 요소를 채택하여 수정한 표준어가 문화어라고 할 수 있다.
평양을 포함한 옛 평안도 일대에서 사용되는 서북 방언(평안도 방언)의 특징으로 /ㄷ/의 비구개음화가 있다. 이 현상은 근대 한국어 시기에 /i/ 또는 반모음 /j/에 앞선 /ㄷ/이 /ㅈ/으로 바뀐 현상이다. 예를 들면 중세 한국어 ‘둏다’는 서울 방언에서 /ㄷ/이 구개음화되어 ‘좋다’가 되지만 평양 방언에서는 ‘돟다’와 같이 /ㄷ/이 유지된다. 또 평양 방언에서는 /i/ 또는 반모음 /j/에 앞선 어두 자음 /ㄴ/이 탈락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서울 방언 ‘이’(齒)에 대해 평양 방언은 ‘니’다. 하지만 문화어는 이와 같은 평양 방언의 전형적인 음운적 특징을 반영하지 않고 원칙적으로는 조선어학회가 정한 표준어와 동일한 음운적 특정, 즉 서울 방언과 동일한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참고로 ‘로동’ 등 어두의 /ㄹ/을 유지하는 발음 규칙은 1954년의 조선어철자법에서 이미 인정되어 있다.
문법 항목을 보아도 평양 방언의 특징은 문화어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바다이(=바다가)’와 같이 모음으로 끝나는 명사에 붙는 주격 조사 ‘-이’, 낮춤 의문형 ‘봔(=봤니)’ 등 평양 방언에서 볼 수 있는 문법 형식은 그 대부분이 문화어에 채택되지 않았다. 평양 방언에 연유된 문법 형식 중 문화어에 채택된 것으로는 과거 계속을 나타내는 ‘-더랬-’ 등이 있다.
문화어에는 중부 방언에 유래된다고 추정되는 형식이더라도 대한민국(이하 ‘남한’)의 표준어와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형식이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남한의 표준어형 ‘-고자 하다’에 대해 문화어형은 ‘-고저 하다’이다. ‘-고저 하다’라는 형식 자체는 남한에서도 구어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형식인데 이러한 형식을 문화어에서는 채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휘는 남한 표준어와의 차이가 주목을 받는 부분이다. 그 요인으로 (1) 사회 제도의 차이로 인해 갖가지 사회적인 용어들이 달라졌다, (2) 서로 다른 국어 순화로 인해 어휘에 차이가 생겼다, 라는 두 가지 점을 들 수 있겠다.
방언에 연유되는 차이를 보면 약간의 어휘에서 평양 방언형으로 추정되는 어휘를 볼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에 밝혀진 바[2][3]를 토대로 어떤 어휘가 문화어에 정책적으로 도입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한자말과 외래어를 고유한 우리 말로 고치고 우리 말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라는 김일성의 교시 하에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줄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모든 한자어를 고치지는 않았다.
"오늘 우리 나라에서는 사회주의적민족언어발전을 위한 당의 방침이 철저히 관철됨으로써 한자말과 외래어들을 고유한 우리 말로 고치고 우리 말을 보다 아름답게 다듬는 일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있다", "언어생활에서 선차적으로 주의를 돌려야 할 문제는 주체를 세우는것입니다."라는 김정일의 교시 하에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한자어와 외래어가 정리되었고, 활용이 가능한 한자어와 외래어는 사용이 장려되기도 하였다.
남한에서는 영어 등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어휘를 북한에서는 순수한 고유어나 한자어로 바꾸어 쓰는 경우가 남한에서 주목받는다.
외래어로 유입된 외국어 낱말들은 러시아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가 쓰이며, 다른 나라의 이름 표기법은 러시아어 발음과 비슷하게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표준어는 미국 등 서구권 국가의 언어인 영어의 영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표준어인 문화어는 러시아 등 구 공산권이었던 이른바 동구권 국가들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명 표기가 표준어는 영어의 영향을 받은 것도 존재하는 반면, 문화어는 원어를 존중하여 표기하는 경향이 있다. (스페인/에스빠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언어 정책에서는 형태주의를 한자음에도 적용해, 동일 한자의 한자음은 단어의 어느 위치에서든 항상 동일하게 발음하기로 했기 때문에, 어두에 오는 음소의 제약(어두에는 'ㄹ'이나 '녀, 뇨, 뉴, 니'가 올 수 없다.)인 두음 법칙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문화어는 한자음 본연의 소리 그대로를 적는 방식을 채택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한자어도 두음 법칙을 적용하므로, 이러한 차이에서 오는 언어적인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2004년 이후 남·북 한국어 단일 사전인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준비하는 등, 다방면으로 언어 통합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5]
남한의 일부 국어 학계나 탈북민 사회 일각에서는 남한에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남북 간 표준어에 대한 이질성에 대한 과장된 주장이 퍼진다고 주장하였다. 연세대학교 홍윤표 교수는 2014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에서 냉전적인 배경 하에서 남북 간 언어의 차이가 과장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6]
(...) 남과 북의 언어가 차이가 있음을 인식하게 된 것은 분단 이후, 한참 이후의 일이었다. 6.25 한국전쟁이 끝나고 1970년대에 남북이 접촉하면서(7.4 공동성명 발표 및 남북 적십자회담 등), 회담장에서 시중들던 북한 여성에게 ‘아가씨’라는 호칭을 썼더니, ‘접대부’라고 불러 달라고 하는 말이 전래되면서, 남북의 언어가 달라졌다는 소문이 크게 나돌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6.25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서도 그 이전에는 흔히 사용하여 왔던 ‘동무, 인민’ 등의 단어가 사라지게 되었다. 만약에 이러한 단어를 쓰는 사람이 있다면 당국에 신고할 대상이 되었다. 즉 간첩으로 인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계속 남과 북의 언어 차이는 과장되어 갔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의 언어, 즉 북한어가 이용되기도 하였다.
(...)
발표자는 학술회의나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해 북한 학자들과 수많은 만남을 가졌었으나 의사소통에 장애를 받은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어 사용자와 만났을 때 의사소통의 장애를 받은 편이 더 많았다.
— 홍윤표, 《통일 시대를 위한 북한어 연구 방향》
그러고서는 "남북한의 언어는 광복 이후에 새로 만든 어휘들이나 차용한 어휘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남북한 간의 언어차이가 되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남북한의 언어차이라고 하기 어렵다. 언어변화로 인한 결과이어서 그것은 세대간의 언어 차이로 인식되어야 한다. 오늘날 남한에서 세대간의 언어차이로 인해 부자간이나 모자간, 부녀간에 의사소통에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북한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이에 비한다면 남북한 언어 차이는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였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험을 소개하며 남과 북의 언어가 다르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인식이 전해지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남북한어의 차이는 ➀ 방언적 차이 ➁ 새로 만든 말(학술용어 등) ➂ 새로 차용한 말 ➃ 다듬은 말(순화한 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언어의 기본이 되는 기초어휘들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문화관광부에서 시행하는 ‘21세기 세종계획’의 ‘한민족 언어 정보화’ 분과에서 남과 북의 기초 어휘 10,000개를 비교하여 ‘남북한 언어 비교 사전 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었더니, 남북한 언어에 차이가 많다는데, 왜 이 사전 검색 프로그램에는 왜 차이가 없느냐고 하면서, 차이가 나는 단어 3,000개를 골라 ‘남북한 이질화된 언어 검색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하여, 그것을 만드느라고 연구진들이 애를 먹었던 일이 있다.
— 홍윤표, 《통일 시대를 위한 북한어 연구 방향》
그는 이러한 '북한어' 연구에서 아예 "실제의 언어 자료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쓰이지 않던 북한 표준어로 주장되는 표현이 사실인 것 마냥 과장되어 알려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남한의 언중들에게는 흥미있는 내용인 ‘불알’(전구), ‘긴불알’(형광등), ‘떼불알’(샹들리에) 등의 어휘들이 북한을 비하하는 의미로 소개되기도 하였는데, 이 어휘들은 북한의 어느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북한에서는 ‘얼음보숭이’라고 한다고 하는 내용이 남한의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한데, ‘얼음보숭이’는 실제 사용되는 어휘가 아니다. 말다듬기의 결과로 사전에 등재된 단어일 뿐이다. 오히려 ‘에스키모’가 더 많이 쓰이는 어휘이다."라고 지적하였다. 북한에서 '얼음보숭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발표 이전에도 언급되기도 한다.[7]
남한 정착 탈북민도 이런 언급을 하여, 박노평 전 김책공업대 교수는 《평양말·서울말》이라는 책을 펴내 새로운 문물을 뜻하는 어휘에 대해서는 북한 출신들이 이해를 어려워 했지만 통일부 자료에조차 잘못된 북한말이 쓰여 있었다고 주장하였다.[8] 남북한이 같은 의미로 쓰는 '후과'라는 어휘가 다르게 알려지는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하였다.[9]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당신이 배운 것은 80% 이상 틀렸다."라는 제목으로 남북 간 언어의 차이가 일부러 만들어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그 차이가 과장되고 있다고 하였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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