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노카리나목의 절지동물 위키백과, 무료 백과사전
왑티아(학명: Waptia fieldensis 왑티아 피엘덴시스[*])는 캄브리아기 중반 북아메리카에서 살았던 절지동물의 멸종한 한 속으로, 현생 갑각류의 새우를 닮은 동물이다. 6.65 cm까지 자랐고 넓은 이매갑각(bivalved carapace)과 그 끝에 달린 꼬리지느러미 한 쌍이 있는 마디진 몸을 갖추었다. 왑티아는 연약한 먹이를 잡아먹는 포식자였으며 활발하게 헤엄쳤다. 알을 품었다는 뚜렷한 증거가 확인된 가장 오래된 동물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왑티아는 현재 1종만이 존재하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버지스 셰일 라거슈테테로 유명하다. 왑티아의 모식종은 미합중국 유타 주의 스펜스 셰일로도 유명하다.
왑티아는 버지스 셰일에서 세 번째로 화석표본이 가장 풍부한 절지동물이다. 표본 수 천여 점이 발굴되었다. 왑티아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미국의 고생물학자 찰스 D. 월컷(Charles D. Walcott)으로, 그는 1909년에 왑티아를 발굴해 1912년에 이를 발표하였다. 왈컷은 당시 화석 산지 주변에 있던 왑타 산(Wapta Mountain)과 필드 산(Mount Field)에서 속명과 종명을 각각 따와 Waptia fieldensis이라는 학명을 붙이게 된다.
현생 갑각류와 아주 비슷한 점이 많지만 분류상 연관성은 매우 불분명하다. 2018년에 게재한 논문에서는 대악동물군(Mandibulata)의 히메노카리나목(Hymenocarina)(이매등갑을 가진 절지동물의 하위 분류군)의 일종으로 분류했다.
대표적인 왑티아의 모식표본은 그 크기가 13.5cm에서 66.5cm에 이르는 매우 넓은 범주를 차지한다. 전체에서 85%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화석 표본은 몸길이가 40~60 mm 사이이다. 왑티아의 이매갑각은 안장 모양이며 얇다. 또, 이매갑각은 단단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살아있을 적에는 매우 연했던 듯 하다. 이매갑각의 전체적인 모습은 양 옆구리가 좌우로 눌린 것처럼 보이며 각 갑각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이매등갑은 머리 앞부분의 국소부에만 달라붙어 있으며 이 부분만이 매우 비대하다. 몸은 3개의 주요부로 구별할 수 있데, 머리가슴(한국 한자: 頭胸部 두흉부), 뒷머리가슴한국 한자: 後頭胸部 후두흉부), 그리고 배(한국 한자: 腹部 복부)가 있다.[1]
머리 앞으로 콩팥 모양의 눈 한 쌍이 뻗어나와 있다. 짧은 육경 끝에 매달려 있으며 눈 사이 간격은 1mm이다. 모식표본의 눈에는 잘 보존된 낱눈이 매우 촘촘히 붙어있는데, 약 600 mm2의 면적을 차지한다. 이는 왑티아의 앞과 양 옆의 시야각이 좋았음을 보여준다. 약 1mm 길이의 작은 돌기 한 쌍이 눈 주변에서 돌출해 있다. 이와 같은 조직을 가진 비슷한 동물로는 카나다스피스(Canadaspis)가 있고 여타 대악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갑각류의 반타원체(hemiellipsoid body)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후각수용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눈 사이에 ‘중앙삼각돌기'(median triangular projection)라는 갑각류의 액각 형태의 조직체가 있는데, 이는 다른 캄브리아기 절지동물의 '전경판(anterior sclerite)'과 상동일 수 있다. 머리에는 길쭉한 원통형 마디 10개로 짜인 실 모양의 더듬이 한 쌍이 앞으로 뻗어 있고, 더듬이 끝으로 갈수록 더듬이의 폭이 점점 줄어든다. 각 마디의 끝마다 더듬이 축을 중심으로 75°~95°의 각도로 센털이 모여 달린다.[1]
큰턱은 세 개의 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며 센털에 덮여 있다. 큰턱은 두 턱의 이가 난 테두리 중 서로 만나는 지점을 통해 절지동물 피부의 경화의 증거를 보여주기도 한다. 큰턱은 물거나 갉아먹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작은턱은 6~9마디로 구성된 지절(肢節)이 달린다. 지절의 끝에는 발톱이 한 쌍 씩 있고 센털이 많이 달린다. 센털은 큰턱으로 먹이를 다룰 때에 이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머리가슴에는 단지(Uniramous appendage) 4쌍이 달리는데, 그 중 앞의 세 쌍은 마디가 많다. 이 다리들은 잘 발달한 속돌기가시가 있는 밑마디 4~5개와 끝의 발톱마디로 이루어진 내지(endopod)로 특히 맨 앞의 한 쌍이 크게 안쪽으로 많이 꺾여있고 속돌기가시도 많이 발달해 있다. 네 번째 다리 쌍은 끝 부분이 체절화되어 있다. 네 번째 다리의 나머지를 이루는 마디들은 환형동물의 마디와 비슷하게 생겼으며(환절), 마디마다 아가미깃이 달린다.[1]
뒷머리가슴의 마디 갯수는 총 5개이며 단지 형태의 환절지(annulated appendage) 6개가 연이어 달린다. 마찬가지로 마디마다 아가미깃이 달린다. 복부는 몸길이 전체의 약 60%에 달하며 6마디로 되어 있고 다리는 없다. 포크 모양 꼬리지느러미가 꽁무니 끝에 달리며, 세 마디로 이루어진 작은 지느러미가 고래 꼬리처럼 두 갈래로 포개져 있다.[1]
왑티아는 1909년 8월 찰스 둘리틀 왈컷이 버제스 세일에서 발굴한 최초의 화석 중 하나이다. 왑티아의 모습을 대략 스케치한 삽화는 마렐라 및 다오라이아와 함께 1909년 8월 31일에 작성한 그의 일기에 드러나 있다.[3][4] 왈컷은 이 종에 대한 공식 서적을 1912년 출판했다. 이 종은 버제스 셰일 지역을 포함하는 화석 능선으로 연결된 두 개의 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요호 국립공원 의 왑타 산(Wapta Mountain) 과 필드 산(Mount Field)에서 학명을 땄다.[5][6] 왑타 산의 이름 어원은 나코다 족의 언어 ‘왑타(wapta)’에서 왔는데, 이는 ’흐르는 물‘을 의미한다. 필드 산은 미국 통신의 아버지 사이러스 웨스트 필드(Cyrus West Field)의 이름에서 왔다.[5]
왑티아의 모식 표본은 캄브리아기 중기 (5억1천만년에서 5억5백만년 전 사이)에 위치하는 캐나다 버제스 셰일의 라거슈테테에서 찾아냈다.[7] 이 지역은 과거 약 200m의 수중에 있었다. 또한 지금은 해저층 석회 절벽지대로 변해버린, 따뜻하고 얕은 열대바다에 위치했다(캐터드럴 석회암층. Cathedral Limestone Formation). 석회암 절벽 일부가 붕괴해서 일어나는 해저 산사태는 그 지역에서 살던 왑티아(산사태와 같이 쓸려 온 유기체도 마찬가지로)를 나중에 셰일로 변하는 점토 아래로 묻어버렸다.[8]
개체 수를 기준으로, 왑티아는 버제스 셰일에서 찾아낸 전체 표본 중 약 2.55%를, 그레이터 파일로포드 층(Greater Phyllopod)에서는 0.86%를 차지한다.[9] 이로 인해 버제스 셰일에서 마렐라와 카나다스피스에 이어 세 번째로 분포량이 가장 많은 절지동물이 되었다.[4][7] 워싱턴 국립자연사박물관에만 버제스 셰일에서 발견한 모식표본이 천 개 이상 소장되어 있다. 왑티아는 보통 몸이 해체당한 상태로 발굴되지만, 떨어져 나간 부위는 원래의 몸과 가까이 붙어있는 편이다.[9]
왑티아는 미국 유타주의 캄브리아기 중기에 해당하는 스펜스 셰일에서도 발굴되었다.[5][10][11] 그 중 일부는 3차원으로 복원한 알과도 연결되어 있다.[12]
왑티아 필덴시스(Waptia fieldensis)는 왑티아속에 속하는 유일한 종이다. 왑티아과(Waptiidae)(1912년 월컷(Walcott)이 정립함)로 분류된다.[13][14]
일부 저자는 왑티아가 갑각류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다른 이들은 왑티아가 적어도 갑각류 왕관군의 구성종이거나 모든 절지동물의 구성종으로서 갑각류의 먼 친척일 수 있다고 보았다.[5] 2018년 재기술된 논문에서는 큰턱과 작은턱의 명확한 존재로 인해 갑각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악동물군에 속하는 히메노카리나목에 분류되었다.[1]
1975년 학자들은 중국 청장 지층의 마오텐산 혈암(Maotianshan Shale) 라거슈테테에서 하캄브리아기(5억1500만~5억2000만년 전)에 살았던 아주 비슷한 생물 종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원래 모노노텔라 오바타(Mononotella ovata)는 패충류의 모노노텔라(Mononotella)속 내에 위치했는데, 1991년에 허우 시안광(Hou Xian-guang)과 얀 베르그슈트룀(Jan Bergström)은 모노노텔라 오바타의 좀 더 온전한 표본을 추가로 발견하면서 W. fieldensis와의 유사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그들은 이를 새로운 속인 ‘촨디아넬라’속 (학명: Chuandianella)으로 재분류했다. W. fieldensis 와 마찬가지로 촨디아넬라 오바타(Chuandianella ovata)는 꼬리지느러미 한 쌍, 더듬이 및 눈대 한 쌍과 함께 이매각판을 지녔다. 2004년에 첸 준위안(Jun-Yuan Chen)은 이를 왑티아속으로 잠정 옮겼다. 그러나 왑티아의 배마디는 5개인데 비해 C. ovata의 배마디는 8개였다. 다리는 왑티아의 다리와 달리 분지된 다리이면서도 많이 분화되어 있지 않다.[13] 다른 저자들은 이러한 차이점이 왑티아에서 독자 속으로 분리해도 괜찮겠다 판단하였다.[5][15] 2022년 다시 기재된 논문에서는 촨디아넬라의 큰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왑티아와 비슷한 모습을 가졌음에도 전혀 밀접한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현재는 매우 높다.[16]
2002년에 두 번째로 유사한 종인 파울로테르미누스 스피노도르살리스(학명: Pauloterminus spinodorsalis)가 그린란드 북부의 부엔 지층(Buen Formation)에 있는, 당시 하캄브리아기에 퇴적된 시리우스 파세트 라거슈테테에서 발견되었는데 파울로테르미누스도 최소 왑티아속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촨디아넬라와 마찬가지로 분화하지 않은 분지다리를 가지고 있지만 왑티아와 같이 배마디가 5개가 있다. 그러나 파울로테르미누스의 모식표본, 특히 머리 부속기관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분류학적 위치가 불분명하다. 이러한 어려움은 파울로테르미누스의 화석이 실제 동물의 일부가 아니라 탈피각이 화석화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로 인해 일을 더욱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었다.[13]
오래전부터 왑티아는 해저층에서 유기물 입자를 걸러먹은 여과 섭식자[17]로 여겨져 왔다.[3] 그러나 2018년 재조사에 따르면 왑티아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먹이를 몰아대면서 몸이 연한 먹이를 잡아채서 옭아매는 데에 머리가슴의 다리들 중 앞의 다리 세 쌍을 적극 사용했기 때문에 헤엄치는 포식자로 추정되었다. 꼬리지느러미와 배의 상하 운동은 수주 안에서 수직으로 움직이는 데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종종 머리가슴의 다리발톱을 사용하여 해저층에서 휴식을 취했을 수도 있다.[1]
2015년에 버지스 셰일(Burgess Shale)의 모식표본 6개에서 알집이 확인되었다. 알집 크기는 작으며 들어있는 최대 알 갯수가 알 24개이지만 각 알의 평균 직경이 2mm 정도로 꽤나 큰 편이다. 알집은 쌍갑 표면 내부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청쟝 생물군(Chengjiang biota. 버지스 셰일보다 약 700만 년 더 오래됨)의 쿤밍겔라 도우빌레이(Kunmingella douvillei ) 및 쿠안디아넬라도 마찬가지로 갑각 내면에 화석화된 알이 남아있으며, 이는 K-전략을 선택한 동물과 양육보호성 동물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육안 증거를 이룩한다. 이는 이들이 새끼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 조치를 취해야 하는 환경에서 살았을 것임을 나타낸다.[18][1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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