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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염기 항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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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염기 항상성(酸-鹽基恒常性, 영어: acid-base homeostasis)은 생물이 세포와 체액의 수소 이온 농도 또는 pH를 조절하는 항상성 기제이다. 많은 경우, 생물을 둘러싼 환경에 수소 이온은 매우 낮은 농도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수소 이온은 반지름이 매우 작아 전하 밀도가 높기 때문에 주변에 강한 전기장을 만든다. 따라서 수소 이온 농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용액 속 각종 분자의 입체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효소 등 단백질은 수소 이온 농도에 따라 2차·3차 구조가 크게 변할 수 있어 매우 좁은 pH 범위 안에서만 제대로 기능하곤 한다. 이런 까닭에 많은 생물은 세포와 그 주변의 수소 이온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제를 갖추고 있다.[1][2] 예컨대 건강한 사람의 혈장 등 세포외액은 pH가 7.32~7.42 사이로 엄격하게 조절된다.[3][4][5][6][7] 태아도 성인과 정상 pH가 다르기는 하지만 좁은 범위로 유지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배꼽정맥 pH는 7.25~7.45, 배꼽동맥 pH는 7.18~7.38이다.[8]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세포의 pH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는 식물이나 세균을 비롯하여 모든 생물이 마주하는 보편적인 도전이지만[9][10], 이 문서에서는 동물,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사람 몸에서는 세포 대사가 쉴새없이 일어나 각종 유기산이 만들어지며, 무기산 역시 대사로 생성되거나 음식 섭취로 유입된다. 또한 대변을 통해서는 염기가 빠져나간다.[11][12] 산·염기가 얼마나 출입하는지 그 양을 짐작하기란 매우 어렵지만[13], 체내에서 대사 산물로 만들어지는 유기산은 하루에 약 15,000 mEq이고, 산의 생성·섭취 및 염기 배설을 고려하면 하루에 무기산을 알짜로 약 70-80 mEq을 얻는 셈이라고 추산된 바 있다.[1][11] 이처럼 산이 계속 만들어지거나 유입되는데도 사람 체액의 수소 이온 농도는 변화가 크지 않아 pH 7.4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여러 기관계가 함께 작용하여 산-염기 항상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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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염기 항상성이 유지되지 못하면 체액의 수소 이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 동맥혈의 pH가 정상 값인 7.4보다 심하게 낮아지는 경우를 산혈증(영어: acidemia), 높아지는 경우를 알칼리혈증(영어: alkalemia)이라고 한다. pH가 6.8 미만으로 낮아지거나 8.0보다 높아지면 사람은 수 시간 이내에 죽는다.[1] 보통 pH 7.35 미만을 산혈증, 7.45 이상을 알칼리혈증이라고 본다. 갖가지 항상성 기제 가운데 하나가 망가지더라도 나머지가 더욱 활발하게 작동하여 보상하곤 하기에, pH만 보고 산-염기 항상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산-염기 장애(영어: acid-base disorder, acid-base disturbance)는 실제로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 경향성을 기준으로 정의된다. 체액을 산성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기제나 과정이 있으면 이를 산성혈증(영어: acidosis) 또는 산증이라고 하며, 체액을 알칼리화하는 기제나 과정이 있으면 알칼리증(영어: alkalosis)이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pH 변화는 여러 산증·알칼리증이 중첩된 결과일 수 있다.[1][14]
사람의 산-염기 항상성을 이해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으며[15][16][17], 사람 몸의 산-염기 항상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기제를 어떻게 설명해야 마땅한지, 산-염기 장애를 평가하고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이 가장 적절한지 지금까지도 의견이 갈린다.[16] 로런스 조지프 헨더슨과 도널드 반 슬라이크가 산염기 생리학의 기틀을 닦은 뒤로 지금까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중탄산염 완충계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보는 시각이다.[16] 헨더슨-하셀바흐 방정식에 의해 탄산수소 이온과 이산화탄소의 비가 체액의 산염기 상태를 결정하며, 호흡계통이 이산화탄소 분압을 조절하고 콩팥이 탄산수소 이온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균형이 유지된다.[14] 다만 이산화탄소 분압과 탄산수소 이온 농도만으로 환자의 산-염기 장애를 판단할 수 있는지, 아니면 염기과잉 등 더 정교한 도구가 필요한지 여부를 두고 견해차가 있다.[16] 한편 캐나다의 생리학자 피터 스튜어트는 중탄산염 완충계를 중시하는 관점에 반대하며, 체액의 전체 전해질 상태를 반영하는 강이온차이(영어: strong ion difference, SID) 개념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물리화학적(physicochemical)[18] 접근법을 내세웠다.[19] 오늘날 임상에서 스튜어트 접근법을 활용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으나[20][21], 그 이론과 쓸모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22][23][24] 이 문서에서는 주로 전통적인 시각을 따르되, 스튜어트 접근법이 제공하는 통찰을 일부 반영하여 서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