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처(十二處)는 불교의 여러 일체법 분류체계 또는 분석방식 중 하나로, 존재 전체를 안처(眼處) · 이처(耳處) · 비처(鼻處) · 설처(舌處) · 신처(身處) · 의처(意處)의 6근(六根) · 6내처(六內處) 또는 6내입처(六內入處)[주해 1]와 색처(色處) · 성처(聲處) · 향처(香處) · 미처(味處) · 촉처(觸處) · 법처(法處)의 6경(六境) · 6외처(六外處) 또는 6외입처(六外入處)[주해 1]의 총 12가지 처(處)로 분류 또는 분석하는 법체계이다.[1][2][3][4]
12처는 12입(十二入) 또는 12입처(十二入處)라고도 한다.[1][5]
12처(十二處)에서 처(處, 산스크리트어: āyatana, 팔리어: āyatana)는 마음[心]과 마음작용[心所]을 생장(生長: 생겨나고 증대됨)시키는 문(門, dvāra)이라는 뜻을 가진다.[6] 이것은, 달리 말하면, 12처의 각 처(處)가 현재 생겨나 있지 않은 마음과 마음작용을 생겨나게 하고 이미 생겨나 있는 마음과 마음작용의 세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6]
12처에서 마음에 해당하는 의처(意處)와 마음작용과 마음작용의 대상을 합친 것에 해당하는 법처(法處)를 제외한 나머지 10가지 처, 즉 5근(五根)과 5경(五境)을 통칭하여 10색입(十色入) 또는 10색처(十色處: 마음과 마음작용을 생겨나게 하고 강화시키는 10가지 물질의 문)라고 하는데,[7] 부파불교의 전승에 따르면, 고타마 붓다는 유독 물질[色]에 어리석어 물질을 나[我]라고 집착하는 유형의 수행자들에게 물질을 5근(五根)과 5경(五境), 즉 10색처로 나누어 상세히 설명하는 12처를 설하였다고 한다.[8]
12처
12처를 현대적인 용어로 풀이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마지막 법처(法處)의 마음작용의 대상에는 특히 무위법(열반 · 진여 · 법성 등)이 포함된다.[1] 무위법을 제외하면 법처(法處)의 마음작용의 대상은 대체로 개념(또는 비물질적 사물)이라 할 수 있다.
법처(法處)의 마음작용으로는 탐욕 · 성냄 · 어리석음 · 탐욕 없음 · 성냄지 않음 · 지혜로움 · 인식 · 표상 · 분석 · 종합 · 판단 · 생각 · 욕구 · 의지 · 관조 · 집중 · 몰입 등이 있다.
3과와 12처
12처는 초기불교 때부터 널리 사용되어온 일체법의 분류체계 또는 분석방식인 5온(五蘊) · 12처(十二處) · 18계(十八界)의 3과(三科)의 하나이다.[9][10] 즉, 고타마 붓다는 가르침을 펼치는 중에 존재 전체를 한편으로는 5온을 통해 설명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12처를 통해 설명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18계를 통해 설명하기도 하였다고 전하는데, 이 3가지는 초기불교 이래 불교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본적인 존재 분류체계 또는 분석방식, 즉 기본적인 법체계가 되었다. 그리고 초기불교의 이 3가지 법체계들은 고타마 붓다가 반열반에 든 후의 후대에서 더욱 심화 · 발전되어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5위 75법의 법체계와 대승불교의 유식유가행파와 법상종의 5위 100법의 법체계 등으로 나타났다.
《구사론》 등의 아비달마 논서들에 따르면, 고타마 붓다가 5온(五蘊) · 12처(十二處) · 18계(十八界)의 3가지 법체계, 즉 3과(三科)의 분석방식으로 가르침을 편 것은 다음의 3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11]
- 수행자의 어리석음에 3가지 유형이 있기 때문이다.
- 수행자의 근기(根機: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능력)에 3가지 유형이 있기 때문이다.
- 수행자가 좋아하는 것에 3가지 유형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의 수행자의 어리석음의 3가지 유형과 해당 유형의 수행자들에 대해 고타마 붓다가 가르친 법체계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8]
- 마음작용[心所]에 어리석어 마음작용을 모두 나[我]라고 집착하는 유형:
마음작용을 수(受: 지각) · 상(想: 표상) · 행(行: 思라고도 한다, 욕구와 의지)으로 나누어 상세히 설명하는 5온을 설하였다. - 유독 물질[色]에 어리석어 물질을 나[我]라고 집착하는 유형:
물질을 5근(五根)과 5경(五境)으로 나누어 상세히 설명하는 12처를 설하였다. - 물질[色]과 마음[心: 여기서는, 마음과 마음작용을 합한 것] 모두에 어리석어 물질과 마음(여기서는, 마음과 마음작용을 합한 것)의 개별 또는 화합체를 나[我]라고 집착하는 유형:
물질과 마음(여기서는, 마음과 마음작용을 합한 것)을 각각 10가지와 8가지로 나누어 상세히 설명하는 18계를 설하였다.
두 번째의 수행자의 근기(根機: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의 3가지 유형과 해당 유형의 수행자들에 대해 고타마 붓다가 가르친 법체계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8]
세 번째의 수행자가 좋아하는 것의 3가지 유형과 해당 유형의 수행자들에 대해 고타마 붓다가 가르친 법체계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12]
주요 경문
일체법을 12처로 분류하여 분석하는 것과 관련하여 고타마 붓다의 사상을 잘 보여주는 간략하면서도 함축적인 짧은 경문(經文)으로 《잡아함경》 제13권의 제319경이 종종 인용되곤 한다.[9] 이 제319경을 보통 〈일체경(一切經)〉이라고 한다.[13] 〈일체경(一切經)〉은 생문(生聞)이라는 이름의 브라만, 즉 당시의 힌두교인 브라만교의 사제 또는 수행자였던 어떤 사람이 고타마 붓다에게 "무엇이 일체의 존재, 즉 나 자신을 포함한 우주 만물 그 자체 또는 우주 만물의 실체입니까?"하고 묻는 것으로 시작되며, 이 물음에 대한 고타마 붓다의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이 경문에서 고타마 붓다는 질문을 던진 생문(生聞) 브라만에게 5온 · 12처 · 18계의 3과(三科) 가운데 12처를 설하고 있는데, 부파불교의 전승에 따르면, 12처의 법체계는 유독 물질[色]에 무지한 수행자들이 그 무지 때문에 [오히려] 가지게 되는 "물질[色]을 나[我]라고 집착하는 오류"를 대치(對治)하기 위해, 물질[色]을 5근(五根)과 5경(五境)으로 나누어 상세히 설명하는 법체계이다.[8]
「瞿曇!所謂一切者,云何名一切?」
佛告婆羅門:「一切者, 謂十二入處,眼色、耳聲、鼻香、舌味、身觸、意法, 是名一切。若復說言此非一切, 沙門瞿曇所說一切,我今捨,別立餘一切者,彼但有言說, 問已不知,增其疑惑。所以者何?非其境界故。
생문(生聞) 브라만이 고타마 붓다에게 "흔히들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라는 말을 하는데,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고타마 붓다는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라는 것은 12입처(十二入處)를 말한다. 즉 안근과 색경, 이근와 성경, 비근와 향경, 설근과 미경, 신근과 촉경, 의근(정확히는 의처)과 법경의 12가지를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라고 한다.
"만약 당신이 '나는 사문(沙門) 고타마가 말하는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를 [진정한 일체라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그가 말하는]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를 버리고 다른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를 세우겠다'고 말한다면, 그렇게 해서 세우는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는 단지 말에 지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즉, 실제의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를 외면하고 개념적으로 만들어낸 가설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에 대해 [당신에게] 물어도 그 사람은 [당신의 대답에서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에 대한] 지식을 얻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당신의 주장 또는 이론 때문에] 더 큰 의문만 가지게 될 것이다. 왜 그런가? [당신이 12처라는 일체법의 체계를 버리고, 임의대로 생각하여] 그렇게 세운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는 경계(境界: 세력 범위이자 작용 대상, 즉 실제로 존재하는 것[주해 2])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그렇게 세운 일체(존재 전체, 우주, 나)는 6근과 6경과는 멀리 떨어진 가설적인 것, 개념적인 것, 즉 말만의 것이기 때문에 경험(수행)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말(개념)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이론을 계속 세워나갈 수 있는그런 대상이기 때문이다.]"
12처을 설하고 있는 다른 주요 경문으로는 상좌부 불교의 《중부(中部, 맛지마 니까야)》의 제148경인 〈육륙경(六六經)〉, 부파불교의 《중아함경(中阿含經)》의 제21권 제86경인 〈설처경(說處經)〉, 《잡아함경(雜阿含經)》의 제13권 제304경인 〈육륙경(六六經)〉 등이 있다.
같이 보기
참고 문헌
-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K.650, T.99). 《잡아함경(雜阿含經)》. 한글대장경 검색시스템 - 전자불전연구소 / 동국역경원. K.650(18-707), T.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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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권오민 (2003). 《아비달마불교》. 민족사.
- 운허. 동국역경원 편집, 편집. 《불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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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세친 지음, 현장 한역, 권오민 번역. 《아비달마구사론》. 한글대장경 검색시스템 - 전자불전연구소 / 동국역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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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중국어) 星雲. 《佛光大辭典(불광대사전)》 3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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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주해
- 내외(內外)는 내적인 것[內]과 외적인 것[外]을 말한다. 《구사론》의 설일체유부의 교학[깨진 링크(과거 내용 찾기)] 에 따르면, 마음, 즉 6식(識)은 아집(我執, ahaṃkāra)의 의지처가 되기 때문에 나[我]라고 가설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12처(處) 중 내적인 것은 나[我]의 소의(所依)가 되는 가까운 것인 6근(根), 즉 앞의 6처(處)를 말하며, 외적인 것은 나[我]의 소연(所緣)이 되는 먼 것인 6경(境), 즉 뒤의 6처(處)를 말한다. 18계(界)의 경우, 내적인 것은 나[我]의 소의(所依)가 되는 가까운 것인 6근(根)과 6식(識)을 말하며, 외적인 것은 나[我]의 소연(所緣)이 되는 먼 것인 6경(境)을 말한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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