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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은 2004년 2월 16일부터 같은 해 7월 31일까지 방영하와이주 SBS 아침연속극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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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행복’을 소망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은 돈을, 어떤 사람은 명예를, 어떤 사람은 사랑을 좇기도 하고, 각자 행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얻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자칫, 지금 좇아가는 그것보다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것을 잃는다는 것을 모르는 수도 있고,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주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기도 한다. 과정이 이렇다면 목적한 바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어리석은 인간과, 진정한 사랑을 찾아 지혜롭게 승리하는 여인을 통해 우리가 정말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경희는 도무지 무슨 일인지 내막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남편 장진우가 하자는 대로 합의 이혼서에 도장을 찍는다.
장진우와는 칠년 전 결혼해서 여섯 살 난 딸까지 있지만 정상적인 부부처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본 것은 다 합해서 불과 몇 달이 될까말까 하다. 열살 나던 해에 졸지에 고아가 된 장진우를 아버지가 집으로 데리고 와서 남매처럼 한집에서 자라긴 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하고부터는 거의 헤어져 있던 것이나 다름없다. 장진우와 함께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경희는 두 사람의 학비를 대기가 벅찼던 아버지가 경희를 희생하게 하고 장진우만 공부시키기로 결정함으로써 경희는 한 학기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아버지 옆으로 내려왔다. 장진우로 인해 경희가 희생을 한 것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게 된 것뿐이 아니다. 그때는 어릴 때였었고 어른들이 얘기해 주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엄마와 아버지의 이혼이 아버지가 장진우를 데리고 왔던 그 일과 연관 있다는 것은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천성이 착한 경희는 장진우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었고, 함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되어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둘은 말이 부부였지, 주말부부처럼 이따금씩만 만날 수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장진우가 바쁘면 몇 달 동안이나 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결혼을 하기는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부부 사이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었고, 두 번째는 아버지의 고집 때문이었다고 할까. 아버지는 강원도의 경치 좋은 곳에 작은 규모의 민박집을 운영하고 계셨다. 어머니도 안 계신 집에 늙으신 아버지 혼자 그 많은 일을 하시게 하면서 사시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경희는 이 문제로 사실 머리가 터질 만큼 걱정스럽다.
요즘 좋은 시설을 갖춘 숙박업소가 얼마나 많은데 누가 민박집을 찾겠는가. 가난한 여행객들이나 어쩔 수 없이 가끔 찾을 뿐이다. 손님은 날이 갈수록 줄고 사정이 점점 여의치 않아 여기 저기서 빚을 얻어 꾸려 가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얼마 전, 서울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무슨 시설인가를 짓는다며 주변 땅을 모조리 사 들인다는 소문이 있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 사람들이 마침내 경희의 집에까지 중간 소개인을 넣어 매도 의사를 타진했었다. 그러나 경희는 아버지를 너무 잘 안다. 아버지는 아마 세상의 절반을 준다고 해도 이 집은 팔지 않으실 것이다. 아니, 팔지 못하실 것이다. 이 집은 아버지의 인생이니까. 단호하게 두 번 다시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해서 돌려 보내고 말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여간 후회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때 좋은 가격을 받고 팔아서 서울로 옮겨 갔으면 다 잘 되지 않았겠나 싶은 것이다. 그렇게 집을 팔라고 하는 사람들이 다녀간 지 불과 얼마 후, 빚쟁이들 중 하나가 그만 경매 신청을 해버린 것이다. 남겨진 시간은 보름. 그 안에 빚을 해결하고 취소를 시키지 않으면 경매가 진행되어 남의 손에 넘어가 버린다.
고통스러운 침묵으로 일관하며 술만 드시는 아버지께 장진우가 위장 이혼을 하자고 한다는 말씀은 드릴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나쁜 일이 몰아 닥치는지 무섭고 떨리지만 이혼은 그저 서류상으로 잠깐 동안만 해두는 것이고, 나중에 일이 해결되고 나서 다시 신고하면 아무 문제도 없으니 눈곱만큼도 걱정 말라는 장진우의 말만 믿을 수밖에 없는 경희는 마침내 경매 기일에 법정에 나가 본다. 혹시 유찰이 되면 약 한달 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서. 그러나 법정에 나간 경희는 또 한번 경악한다.
바로 그 자리에 장진우가 와 있다. 위장 이혼을 하러 가정법원에서 만난 후에도 전화 한 통 없어 애간장을 태우던 장진우는 바로 아버지의 집 경매에 참가해서 단독 입찰인으로 낙찰을 받고 만다. 무슨 무슨 회사의 대리로 왔다는 진행인의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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